책, 여행 그리고 영화

처음타본 제주행 훼리와 한라산(3)

파란버스 2009. 12. 14. 13:30

아저씨에게 원망과 책망의 눈을 흘기며, 3분을 가니 진달래 동산을 통과한 분들이 잠시 쉬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앉았다 가야지^^*

오잉? 수사과장님?

여기서 뭐하시는 중?

일행들은 쉬다가 5~10분전에 출발하셨다고, 슬슬 일어나 가셔야겠다고, 아~ 네! 당연히 그려셔야지.

힘든 발걸음을 잠시 쉬고, 다시 힘차게 추 울 바 알- - -

한 겨울에 밧데리 떨어져 가는 자동차 시동 거는 것 처럼 마지못해 출발.

아~~~

역시난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산행이여.

왜이다지도 길고도 험하단 말이냐?

울고 싶은 마음을 다 잡고 다 잡고.

중간 중간 잠깐 수사과장 얼굴보면 그분은 다시 출발..

바닦은 흙길도 아니고 제주도의 화강암 부스러로 덮여 있고 때로는 빙판이고..

이제 그만 그만 가야 해.

백록담정상에서도 1시반이면 하산하여야한다는데.. 도저히 무리야

천신만고 끝에 백록담 정상이 보이는 듯한 곳까지 오르니.

시원하다. 시야가 확 트인다.

매우 청명한 하늘아래로 하얀 뭉게 구름이 떠 있고 그 밑으로 제주도의 마을이 보인다.

하늘 높이 높이 떠 있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것 같다.

 

한편으론 씁쓸하다.

벌써 1시 반이 다 되어 가고 있다.

오르기도 전에 하산 해야 할 판이다.

어쩌나 이미 여기까지 와 버린 것을... 이제는 올라가야겠지...?

진짜로 큰 문제가 생겼다.

정상이 불과 5분 남았다고, 조금만 힘내라고 많은 등산객들이 하산하며 격려해주는데, 난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다.

이제는 불가항력적이다.

다리에 그것도 양 다리에, 허벅지아랫부분에 쥐가 나서 도저히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다.

아무리 주물러봐도 도저히 풀리지 않는다.

저 위에서는 어서 올라오라고 손짓하는 일행들이 보이는데...

아! 여기서 주저않는구나, 포기해야만 하는 구나.

이를 악물고 걷고 또 걸었다.

마치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는 듯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아! 너무나 아름답다.

 

한라산 정상에서 느끼는 자연의 바람이란.

백록담과 함께 하는 파란 하늘이란.

백록담 분화구 한 구석에 머물며 뭉쳐있는 물인지, 얼음인지.

 

정상에 다다르자 마자 빨리 빨리 내려가라는 아저씨의 야속한 마이크 소리도 무시하고 싶었다.

아니 이미 무시하고 도시락을 까 먹기 시작했다.

절반도 먹지 못한 도시락.

약간의 물기가 배어나오기에 배낭속에 넣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올라 왔는데.

여기서 다 먹지 못하면, 또 다시 들고 내려가야한다.

 

백록담의 절경과 해 냈다는 감동의 기쁨은 정상에 남겨 둔채, 또 다시 도시락을 챙겨 양손에 들고 하산 준비를 했다.

다행인 것은 동반자들이 경험이 많았던 분들이었던 터라 쥐난 곳에 양 쪽으로 파스를 붙여주였다.

한결 좋아질거라면서.

 

그나마 하산 길은 한결 가뿐했다.

뛰고 구르며 평상시 데로 쉽게 내려왔다.

그런걸 보면 내 하체가 그다지 부실하진 않은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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