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행 그리고 영화

행운의 절반 친구

파란버스 2008. 10. 11. 11:56

어릴적 우리동네에서는

골목 골목을 지나칠때마다 친구들과 반갑게 '안녕' 인사를 건넷고, 요소요소마다 친구들과의 놀이가 가득했다.

코흘리개시절의 친구들 모습이 지금도 또렸이 떠오르며, 근 40여년을 함께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사회에서 생활하면서 만난 멋진 친구들도 있다.

그런 친구들과의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나게 하는 멋진 책이있다.

위즈덤하우스의 행운의 절반 친구.

벌써 읽은지 오래되었지만 동현이조차도 너무나 인상깊게 읽었다는 책이다.

 

시애틀의 겨울.

그것도 비내리는 겨울날씨에 마음조차도 한겨울인 순간에 커피숍 '맥스 플레이스'에서 손님과 주인으로 우연히 만나는 '조 콘래드'와 '맥 달튼'.

세상에존재하는 일반적인 샐러리맨들 처럼 조는 회사에서도 일상 생활에서도 대부분 본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우리들 처럼 최선을 다해서 모든일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싶어하는 최고의 사원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완벽주의 를 추구하기 때문에 실수를 용납하고 가르치기보다는 추궁하고 배척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런 조에게 맥은 커피를 통하여 가르치기 시작한다.

따뜻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친구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커피가 너무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맥은 말한다.

"고급 커피만이 블렌딩이란 건 편견이야. 오히려 그 반대지. 시중에는 저렴한 블렌딩이 대부분이고, 한 종류의 원두만을 사용하는 고급 스트레이트는 너무 비싸서 일반인이 접하기란 쉽지 않다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마시는 커피들은 배 퍼센트 블렌딩이라고 보면 되는 거야."

맥이 잔 두개를 신중하게 고르면서 덧붙인다.

"커피가 섞이면 조화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내고 , 사람이 어우러지면 행복과 성취를 만들어내지. 이것이 맥스 플레이스의 신념이야."

그때 PDA를 통해 메세지를 수신하고 답변 메세지를 보내는 조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맥을 말한다.

"그렇게 24시간 서로에게 열려 있는데, 왜 사람들은 더 외로워지는 거지? 수시로 메세지도 보내고 통화도 할 수 있는데 말이야."

조는 센스있게 받아쳤다.

"그래서 인생은 외로움의 연속이라고들 하지요."

맥이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사람들이 순수성을 잃었기 때문이지. 제 아무리 첨단 기기로 서로를 연결한다고 해도 그 소통에 진심은 없어. 계산만 있을 뿐이지. 외로움은 진심을 얻지 못해서 생기는 거라네."

"초보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 가눈데 하나가 펄펄 끓는 물로 커피를 만드는 것이지. 펄펄 끓는 물은 커피의 풍미를 앗아간다네. 약간 식힌 물이 좋아."

 

한구절 한구절이 너무나 심오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말들이라 사실 책 전부를 옮기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자네 '사람의 인생은 어떤 친국를 만나느냐에 따라 바뀐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요."

"사업이란게 특히 그렇지. 사업의 핵심은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있다네. 그게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고들 하지. 고객은 물론 직원, 거래처, 사업 파트너, 투자자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꿈을 이루어 가는 것이 바로 사업이야."

 

맥이 질문한다.

"자네는 좋은 커피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글세요 너무 막연한데요."

"좋은 토양이라네, 조 자네가 오늘 수업에서 반드시 기억해 두어야 할 사항이지."

"흙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내가 말한 토양은 단순한 흙이 아니라네. 흙은 생명의 근원이야. 특히 커피나무는 수분에 매우 민감하다네. 흙에 수분이 너무 많으면

가지만 잘 자라고 열매가 작아지는 경향이 있고, 수분이 너무 적으면 잘 자라지 못해 병에 걸리기 쉽지."

맥은 조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며 말을 잇는다.

"자네에게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지? 그게 바로 자네의 토양이라네. 마음이지. 그 토양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나? 성장이 멈추거나 열매가 열리지 않을 거야. 결국 좋은 결실을 내려면 먼저 자기 자신과 좋은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말이네."

 

맥과 조는 많은 시간을 맥플레이스에서 함께하며 자신이 인생의 친구들이자 동료들과 가졌던 거리감, 마음의 갈등 들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하며 변화하기 사작한다.

 

조의 직장 동료인 아만다는 말한다.

"조, 당신 요즘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화도 덜 내고 팀원들한테도 잘해주고... 특히 알리샤는 당신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어요."

"그래? 잘 모르겠는데. 내가 뭐가 바뀌었는지. 바뀔 이유도 없고 말이야."

아만다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당신이 느끼지 못해서 그렇지 많이 바뀌었어요. 원래 '깨달음이란 순간적인 것' 이래요. 그러니까 사람이 하루 아침에 바뀌더라도 놀랄일은 아니라는 거죠."

"어려운 이야기로군. 솔직히 말해 무슨 듯인지 잘 모르겠어."

"그것 봐요. 예전 같으면 몰라도 아느척을 하거나,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화를 냈을 텐데 말이죠."

 

숨어 있던 재능과 감성을 친구들이 발견해 발현시켜준다.

칭찬과 격려, 때로는 경쟁을 통해서...

조로 인하여 그의 친구들이 커피 향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아가고 있을 때, 그의 직장 동료인 마시와 레베카의 만남에 대해 이야기 한다.

"나는 당신이 레베카를 꼭 만나야 한다고 생각해. 난 당신이 백발이 되어섣호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두렵기도 하고 말이야. 레베카한테 꿈을 이룬것이 어떤것인지 직접들어봐. 후회할 일을 하나라도 더 줄이는 게 멋진 삶이 아닐까."

 

 

"얼마 전에 맥이 커피 수업시간에 그러더군. '꿈을 이룬 사람들의 웃는 얼굴, 그 주름살에 숨어있는 땀과 눈물의 흔적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이지. 맥은 이 말에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더군.'

조는 커피 향을 맡은 뒤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하나는 '그 사람들이 지금은 웃고 있어서, 편안하게 그 자리에 오른 것처럼 착각하기 쉽지만, 그들이 그 과정에서 겪은 고통은 체험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다'는 거야. 또 하나는 '비록 그들이 꿈을 이루어서 겉보기에는 행복해 보이지만,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 바 없이 남 모를 고통과 슬픔을 겪고 있다'고 말이야."

 

우리는 종종 남의 성공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기도 하지만 뭔가 배 아파하는 표현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인들이 배 고픈것은 너무 잘 참지만, 배 아픈것은 절대 못 참는다는 표현은 과장된 것일까?

 

"자네, 똑같이 커피를 배워도 어떤 사람은 불과 몇 년만에 인정받는 전문가가 되고, 또 어떤 사람은 매일 그 자리에서 맴도는 정도로 끝나는 이유가 뭔지 아나?"

'그거야 타고난 재능 탓이겠죠."

'재능도 중요해. 그렇지만 진짜 결정적인 차이는 그 과정을 즐기느냐, 아니면 고된 노동으로 여기느냐에 있다고 보네. 사람들은 향기롭고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투쟁해온 것이 아니야. 그냥 즐겨왔던 거지. 그래서 우리가 이토록 다양한 커피들을 맛보게 된 거라네."

맥을 조의 빈 잔에 새 커피를 채워주며 말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일을, 여유를, 오늘을 즐기라고. 그게 삶의 위대한 성과를 이루는 길이야. 지름길만 좇고 있는 남들과 비교하면, 온갖 곳을 다 돌며 시간 안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 그래서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그러나 그렇게 여우롭게 걸어간 길이 가장 훌륭한 코스였다는 것을, 언젠가는 깨닫게 되어 있다네."

 

일 또는 영업의 빠른 해결을 위해 항상 키맨을 찾아 공략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일 것이다. 단지 지금 일어나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키맨을 만나기가 마안하고 부담스럽다면 나는 바보일까?

 

"조, 자네가 매고 있는 사슬이 보이나?"

"사슬이요?"

"자네와 알렉스 레딩을 묶고 있는 사슬이지. 괴로움과 분노의 쇠사슬. 자네는 발목에 사슬을 찬 채로 알렉스 레딩에게 붙잡혀 있다네. 조, 자네가 누군가를 미워할 때 자네는 그 사람의 노에가 되는 거야."

"조, 자네가 알렉스 레딩에 대해서 한 말이 사실이라면, 물론 자네 말을 의심할 이유도 없지만 말이야, 자네에게도 책임이 있다네. 항상 그렇지. 우리는 언제든 비난을 받을 수 있어. 부당한 비난도 많을거야. 그렇지만 그런 비난은 우리가그로 인해서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것들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거라네."

"게 무슨 말씀이죠?"

"나한테서 나간 감정은 반드시 나한테 돌아오게 되어 있다는 말이야. 좋은 감정을 내보내면 좋은 것이 돌아오고, 나쁜 감정을 발산하면 아픈 상처로 돌아오는 법이지. '지금의 어려움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대가'라는 말도 있지 않나?"

맥이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 발밑에 있는 그 주머니를 들어올려 보게나."

맥이 볶은 원두로 가득 찬 커다란 포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조는 손을 내밀어 삼베 포대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무릎까지가 전부였다. 너무 무거웠다. 그는 용을 쓰다가 다시 떨어뜨리고 말았다.

"포대 하나의 무게가 45킬로그램을 넘는다네. 앞으로 평생동안 어디를 가든, 이 포대를 지고 다녀야만 한다고 상상해봐.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 자네는 어떻게든 이 포대를 떨쳐내려고 별의 별 방법을 다 쓰게 될걸?"

 

나는 얼마나 커다란 굴레를 짊어지고 있는 걸까? 자존심도 없이 헤헤거리며 모두 놓아주라는 것은 아니겠지? 심오한 이야기다.

맥은 떠나갔다. 본인의 병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인 줄을 알며서도, 조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는 떠났다.

 

맥 플레이스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조는 말한다.

"간판과 마찬가지로 맥스 플레이스의 신념도 변함이 없을겁니다. 우리의 신념은 간단합니다. '커피가 섞이면 조화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내고, 사람이 어우러지면 행복과 성취를 만들어 낸다'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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