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행 그리고 영화

1만9900원 여행의 진실.

파란버스 2009. 6. 13. 21:13

SANY0263.JPG

 

‘맛조개·해삼·조개 체험, 무창포 여행 1만9000원’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 2만5000원, 왕복교통비·케이블

카비·3식 제공’ ‘해금강 크루즈 투어 2만9000원, 별도 경비 일체 없음’

일간지나 생활 광고지에 실리는 저가 여행상품들, 과연 사실일까? 한 여행사의 ‘유람선 투어’를 직접 따라가

봤다. 2만5000원에 3식 제공, 입장료, 유람선비, 왕복 교통비, 봉사료가 모두 포함됐다고 했다.

여행사 직원은 “예약은 필요 없다”며 “그냥 서울역으로 나와 버스를 타시라”고 했다. 이번 달까지는 할인

행사로 요금이 1만9000원이라고 했다. 그는 “일체의 추가 비용은 없으며 기념품 강매를 하는 것도 아니니 일단

오라”고 했다.

◆세 끼 중 두 끼는 ‘스내식’

오전 7시, 서울역 앞에서 45인승 관광버스에 올랐다. 대부분 50~60대 이상 여성들이었다. 영등포에서 출발해

서울역에 들른 버스는 잠실에서 다시 손님을 태웠다. 총 31명이 탔다.

“비행기에서 먹는 밥은 기내식입니다. 그럼 버스에서 먹는 밥은? 네, 스내식이죠.”

버스가 출발하자 여성 가이드가 ‘스내식’이라며 일회용 접시에 나물과 김, 김치를 담고 밥을 얹어 승객에게

돌렸다. 세 끼 중 두 끼는 ‘스내식’이라고 했다. 저녁은 중간에 한 젓갈 가게에서 먹는다고 했다.

가이드는 이어 “다들 아시겠지만 이 상품은 패키지 상품”이라며 “유람선 비용만 2만원인데 1만9000원으로는

왕복 교통비도 안 나온다”고 말을 꺼냈다.

“협찬사 먼저 경유를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조금 마음을 열어주시고, 아니 근데 왜 다들 석고상이 되셨습니까?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패키지 상품도 제대로 즐기면 괜찮은 여행입니다. 서로 상부상조 하는 거지,

이런 것도 없으면 여행사 문 다 닫게요?”

가이드는 “우리는 저렴한 비용으로 국내 여행을 활성화 시켰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그는 “협찬사에서

여행사에 광고비 조로 주는 금액이 여러분들의 여행 경비가 된다”고 했다.

◆1만9000원 여행이 66만원짜리로...

오전 10시쯤 한 인삼 공장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무조건 다 들어가야 내 고과점수가 좋다”고 했다. 공장

직원들은 화장실 앞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 승객들을 기다리며 한 명 한 명 좁은 방으로 안내했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은 기름을 먹었으니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연구원이라는 사람이 나왔다. 인삼에 대한 ‘강의’가 50분쯤 계속됐다. 먹어 보라며 여직원들이 ‘흑삼(黑蔘) 엑기스’를 일회용 컵에 담아 돌렸다.

연구원은 “입에 물고만 있어도 잇몸병이 낫는다” “아토피 가지고 계신 분들은 피부에 발라도 된다”고 했다.

몇몇 노인들이 자신의 손등에 인삼 엑기스를 발랐다.

“우리 회사는 연 매출이 700억”이라며 사장이 직접 나왔다. 흑삼 엑기스가 100포에 33만원, 240포에 66만원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 구매하시는 분에게는 특별 어버이 주간을 맞아 서비스를 드리겠다”며 흑삼 캔디, 흑삼

차(茶) 등을 꺼내기 시작했다. 흑삼 엑기스를 30포씩 더 얹어 주기도 했다. 사람들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분당에서 왔다는 이모(여·43)씨는 “절대 안 산다고 마음 먹어도 귀가 뚫린 이상 살 수밖에 없다”며 “1만9000원

짜리 여행이 66만원짜리가 됐다”고 했다. 이날 31명 중 6명이 66만원짜리 인삼 엑기스를 들고 버스에 올랐다.

오후 2시. 유람선 투어의 일정이 시작됐다. 한 민간회사의 유람선에 오른 관광객들은 안내 방송에 따라 차창

너머 섬들로 고개를 돌렸다. 여성 가이드는 “선장님이 알아서 해주실 것”이라며 유람선에 타지 않았다.

1시간쯤 걸려 도착한 섬에서는 자유시간 1시간이 주어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5000원씩을 주면 섬을 일주시켜

주는 골프 카트에 올랐다. 바로 횟집으로 가는 무리도 있었다.

오후 6시. 섬에서 나온 승객들을 태우고 버스는 한 젓갈 가게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사시지 않아도 좋지만

물건을 보면 분명 사고 싶으실 것”이라며 “쇼핑이 끝나고 나면 가게 측에서 준비한 저녁을 드시라”고 했다.

주부들은 “어차피 남편도 먹이고 애들도 먹일 거 여기서 사도 되는 것 아니냐”며 새우젓, 창란젓 등을 담기

시작했다. 저녁은 가게 한 쪽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먹었다. 젓갈 반찬이 주였다. 한 주부가 말했다. “아니

젓갈집에서 나오는 젓갈 반찬들이 다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