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노인대학 강의
어제 상록노인대학교가 2학기를 개강했다.
개강일이라고 대학장 강의를 부탁받았으나 불과 3일전이었다.
이 번에는 무슨 주제로 강의를 하나 많이 고심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나보다 훨씬 많이 경험하신 분들을 상대로 하는 강의는 진짜 신경이 많이 쓰인다.
사랑을 주제로 정하고 원고를 정리해 봤다.
3일이라는 넉넉지 않은 시간과 중간에 끼어있는 빡빡한 스케쥴들이 내머리속의 뇌세포들을 조이며 아프게 했다.
지금 다시 봐도 만족스럽지 않은 원고인데 어떻게 제대로 강의를 했었을까...
사랑.
1. 사랑은 관심이다.
국민학교 시절.
관심이 가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말조차 걸지 않는다.
사랑이 없으면 왕따를 시키거나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짝궁에게 삼팔선 넘어오지 말라고 금 긋고는 언제 넘어올까, 어서 넘어와라 하며 기다린다.
서로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고 다시는 너랑 말 안해.
흥, 나도 너랑 말하나 봐라.
그러고는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무슨 구실로 말을 걸어볼까 궁리를 한다.
물론 또다시 톡 쏘는 말로 시비거리가 되긴 합니다만.
그 사람에게 사랑이 있으니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중학교 까까머리 시절에도 남자 아이들은 철이 없다.
친구들끼리 까불며 뛰다가 버스정류장에서 하얀 에리 위로 두 갈래 곱게 땋아 내린 국민학교시절 풋사랑 짝궁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방금 죽어 버린 듯이 숨을 멈추고 몸은 굳어버린다.
고등학교만 가도 날라리, 적어도 반 날라리 정도 되면 제과점으로 미팅을 나간다.
내게 관심을 가져줄 사람이 있을까? 또한 내가 관심을 쏟아줄 상대가 있을까 하는 사랑의 마음 때문이다.
물론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신 범생이 같은 우리 상록노인 대학생들은 한눈 한번 제대로 팔아보지 못한 뼈대있는 가문의 조신한 자손들이라 일처종사 일부종사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상은 왜 이리 재미가 없는지, 아니 아니지. 세상이 왜 이리 내게만 재미가 없는지…
굳이 주변의 조금 안다는 누구 누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관심밖의 세상으로 눈돌리는 이들이 있다.
2. 사랑은 건강이다.
에잉~ 나이먹으니까 눈도 어두워지고.
어두운 길 걷다 돌뿌리에 걸려 넘어졌네 그려
아따 그러면 안티프라민 발라요. 안티프라민이 어디갔나?
아니 이봐요. 멍만 들은게 아니라 피도 나는데?
아니 조심하지 그랬어요.
그럼 아까징끼 를 가져와야 겠네.
밤길 걸었더니 감기 기운도 약간 있는거 같애.
그럼 판피린 한병 잡숴봐요.
역시 우리 마누라 밖에 없어, 약이란 약은 다 챙기고 있네.
근데 나이먹으니까 원기가 많이 떨어져, 몸에 좋은걸 먹어봐야 겠어.
그래요? 그럼 박카스 드려요?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생활하시는 모습이다.
어지간한 병은 집안에서 대~충 치료하는 분들이 많다.
그저 건강이 재산이여~
몸이 밑천잉게 건강관리 잘 혀야한다 잉~
길 떠나는 자식들에게는 건강관리 잘하고 아프면 꼭 약 지어먹으라고 신신당부 하십니다만 정작 당신들이 편찮으실 땐 안티프라민 과 아까징끼 정도로 처리하려 한다.
아이든 어른이든 건강은 자심의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배우자와 가족들을 위해서 건강을 꼭 챙기시길 바란다.
내가 아프면 누가 고생할까?
물론 내몸이 아프니 내 자신이 힘들겠지만 그걸 지켜보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아플것이다.
또한 내가 건강하지 못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줄 수가 없다.
나는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꼭 건강해야만 한다.
3. 사랑은 돈이다.
놔라~ 순애야 놓아라.
세상이 각박하다고 한다.
진짜 그렇지않은가?
어르신들께서 성장하던 시절에는 인심이 좋지않았을까?
제가 자라던 시절만해도 동네에 시끌시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느티나무 밑의 평 상위에서 또는 동네 한 집에서 오손 도손 모여 앉아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넉넉한 때가 있었다.
모두 모여 함께 테레비도 보고 부침개며 갖 담근 김치들이 이 집 저 집으로 돌아 다니던 정겨운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때만큼은 아니라도 서로서로 함께하는 이웃들이 있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장점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돈이다.
돈이 사람을 낳았는지 사람이 돈을 낳았는지 돈 때문에 힘들 때가 많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자기 만족을 위해서는 무지 많은 돈이 필요하다.
무지 많은 돈이라 하면 얼마만큼일까?
어떤 분은 1억원, 또 어떤 분은 한백억쯤? 아마도 또 다른 어떤 분은 그 보다 훨씬 큰 액수를 부를지도 모르겠다.
만족을 위해서 필요한 돈은 얼마가 끝인지 모른다고 하지만,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돈은 얼마일까?
어떤 분은 작지만 포근한 내 집 마련을 위해 큰돈이 필요할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전세방이라도 좋으니 편안히 등 붙일 곳만 있어도 좋을 분이 있겠지.
누군가는 배우자의 저녁 간식으로 챙겨갈 떡볶이, 순대 값 3,000원만 있어도 행복감을 느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손주들에게 사줄 아이스크림 값만 있어도 행복하시지 않을까.
그것도 50퍼센트 디씨한 아이스크림값.
우리에게 다가오는 행복은 한 덩어리가 아니다.
시시때때로 다가왔다 가버리는 행복은 손톱만한 것부터 커다란 집채만한 것까지 무지하게 많은 종류가 있다.
그렇지만 조금 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사랑을 위해 금전적인 대가를 치러야하는 경우가 많다.
기념일에 선물을 사주고 싶어도 돈이 없으면 사줄수가 없지 않은가?
아주 오래 전 아주 큰 교회에 오르간이 있었다.
이 오르간은 하나님께 감동을 주는 아주 큰 선물을 오리면 자동으로 울린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었지만 교회가 생기고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단 한번도 오르간이 울린 적이 없었다.
어느 크리스 마스 이브 날.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위하여, 아니 어쩌면 그 오르간을 위하여 많은 선물을 가지고 줄지어 서 있었다.
어느 돈 많은 부자는 금화를 자루째 들고 와 헌납을 하였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웅성거렸다.
어머나 저 금화 좀 봐.
이번에는 오르간이 울리겠는 걸?
그러나 오르간은 울리지 않았다.
다음으로 대신이 잘 차려입은 모습으로 값진 보석들을 올렸다.
이번에는 진짜로 울리겠늘 걸?
사람들은 기대에 찼습니다만 오르간은 울리지 않았다.
끝으로 임금님이 각종 금은보화로 휘황찬란하게 장식된 최고의 권위를 상징하는 자신의 왕관을 올렸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극에 달했다.
이번에야 말로 오르간이 울리고 말거야.
그러나 오르간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오르간의 전설은 거짓이야, 그저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했던거야.
어떻게 저렇게 훌륭한 왕관을 오렸는데도 오르간이 울지 않을 수가 있어?
사람들은 실망을 하며 미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드리고 있을 때 생전 처음 들어보는 너무나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오르간이 울리기 시작했다.
임금님도 재상도 돈많은 부자와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 헌단을 쳐다 보니 그 곳에는 아주 허름한 차람의 아이가 어쩔줄 몰라하며 서 있었다.
모든 이들의 궁금증을 대표하며 임금님이 물었다.
어찌된 일이냐?
그토록 훌륭한 왕관을 올려도 꼼짝 않던 오르간인데 너는 도대체 무었을 올렸단 말이냐?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저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크리스마스 미사를 드리러 교회에 꼭 오고 싶어 했으나 몸이 아파 올 수 없었던 동생의 마음을 대신하고 저희 형제가 모은 동전 한닢밖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귀한 선물이란 바로 그런 것 아닐까?
사랑의 돈은 화폐의 가치로 따질 수 없는 바로 여러분 께서 가지고 계신 마음속 금고 속의 크기라할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이 담긴, 사랑으로 가득한 말 한마디에 사랑의 감정이 가득한 포옹 한번으로 억만금을 주고 산 선물보다 값진 선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사랑을 기다리는 내 가족부터 내 친구와 내 이웃,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나와 그들을 위해 스스로 내 건강을 챙겨가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갖가지 금은보화로 가득한 창고를 개방해야겠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 일이 또 하나 있지.
바람부는 벌판에 서 있어도 나는 외롭지 않아
그러나 솔 잎 하나 떨어지면 눈물따라 흐르고
우리 타는 가슴 가슴마다 햇살은 다시 떠 오르네
아 아 영원히 변치 않을 우리들의 사랑으로 어두운곳에 손을 내밀어 밝혀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