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불가리 박경미입니다.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파란버스 2010. 8. 24. 18:18

 

 

 

 
 

안녕하세요.

무더운 날씨에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신지요?

사장님 건강은 많이 좋아지셨는지요?

실은 며칠전 건강은 좋아지셨는지 안부가 궁금한 마음에 블로그를 다녀오고나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바쁘신데 전화를 드리면  실례가 되는건 아닌지,

짧은 문자로는 죄송한 마음을 다 담을수 있을지,

쏟아지는 스팸메일에 스트레스만 더해 드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메일로나마 뒤늦은 사과의 말씀을 전해 드립니다.

 

변명이겠지만

저희 직원들도 전시관에 도착해서 장소의 협소함과 위치상의 문제등에서

테잎컷팅후 어떻게 에스코트를 해 드려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마음이 불편하셨던 것 같아 너무 죄송합니다.

또한 최소한의 직원들만 참석한 자리인지라,

한 분 한 분 다 소중한 분들이지만, 고객님 응대에 부족함이 너무 많았나 봅니다.

 

저 또한 다른 많은 직원분을 대신한 자리여서, 참석하지 못한  직원분들의 고객들이 섭섭해 하시지 않도록 여기저기 챙겨 드린 다는 것이

결국 소중한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이 아닌지 걱정됩니다.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다른 고객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던 직원이 저였던 것 같기도 하여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너무나 뒤늦은 사과를 드리게 되어 그것 또한 너무나 죄송합니다.

 

실은 요 몇달간

10년 가까이 천직이라 생각하고 했던 나의 일이

과연 내 적성에 맞는 일인지

내가 이런 일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것이

너무나 힘에 부치고, 가끔은 두렵기도 할 만큼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내게 맞는 일이 아닌데 너무 오랫동안 성찰과 반성없이 달려온 것 같아

혼란과 좌절은 많이 겪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고

어쩌면 가장 큰 위안과  힘을 얻게 되는

고객들께 실망을 안겨 드린 것 같아 더욱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사과를 드린다는 것이 하소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하고 뒤늦은 사과지만

불편하셨던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어지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또한 건강 잘 챙기셔서 무더운 여름도 잘 나시길 바랍니다.

 

 

                                                            죄송한 마음을 담아........

또 다른 이야기.

 

가끔 사장님의 블로그를 찾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동민양에 대한 무한한 애정에 너무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입니다.

 

며칠전 옷장속 깊이 넣어둔 상자를 정리하다  생각지도 못하게 예전 다이어를 다시 펼쳐 보게 되었어요.

아빠의 부재이후 처음 몇 년간 제 다이어리에는

칭찬 받고 싶은 일

반성할 일

속상한 일

매일매일 아빠에게 고백하듯 써내려갔던 날들도 있었는데,

십삼년이라는 시간은 그런 날들도 이젠 가끔 추억하게 만드는 망각의 힘이 있나 봅니다.

 

아빠가 암선고를 받고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힘들어 할 때

제일 먼저 간접적인 암시를 준 것도 (어느 때처럼 차를 타고 저를 데려다 주시면서 신호를 기다리며 뜬금없이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이겨내라" 하시지 뭐에요.)

얼마 후 누군가에게 발견되길 바란 듯 적어놓은 아빠의 일기를 보고 아빠의 병을  알게 된 것도

저였고,  눈 감으실때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가신 사람도 (엄마...미안 -,.-)

모두 저였으니, 자식들 중 가장 특별한 딸이라 착각하고 살아도 되겠죠^^

 

고등학교 2학년때 가족들 모두 멍멍이까지 대동하고 계곡으로 놀러를 갔어요.

(막내인 저와 언니들 오빠의 나이차이가 8살 7살 4살이니 모두 성인이었지요.)

12시쯤 도착해서 오후 네시쯤이 될때까지 아빠는 식사시간을 제외한 나머지를 물 속에 뾰족한 바위를 치우시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어린애들도 아니고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하겠지만, 다 큰 자식들에게도 주는 사랑밖에는 할 줄 모르던 아빠의 딸이었던 저는 너무나 당연한 듯 "우리 아빠 또 시작이네"하며   아빠가 치워 놓은 곳에서 연신 놀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쉽게도 아빠의 돌치우기가 끝날 무렵 거짓말 처럼 내리는 폭우로 투덜대며 급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특별할 것 없던 그 여름날이 일들이...

 

계곡에 흐르던 차가운 물이 내 다리를 감싸던 그 느낌이

내 팔에 닿은 햇살의 그 느낌이

햇살에 달궈진 바위에 앉아 깜짝 놀랐던 그 감촉이

아빠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던 땀방울이

지금도 너무나 생생합니다.

그 오래전 일들이......

 

불과 얼마전에 일도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 여름의 그 바람과 그 햇살이 지금도 저를 슬프게도 행복하게도 한답니다.

 

세상의 많은 딸들보다 조금 더 부족했던 딸에게

세상의 어떤 아빠보다 많이 베풀어 주고 간 아빠라서

부족한 딸이 힘을 얻을 수 있답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한 것들은 멋지고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단순한 기억이 아닌 추억이 되나봅니다......

 

동민양에게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주세요.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록노인대학교 2012 입학식  (0) 2012.03.23
2011년 상록 노인대학 졸업식 축사  (0) 2011.11.27
2010 안산시상록노인대학 축사  (0) 2010.04.13
08/08/12  (0) 2008.08.23
08/08/02  (0) 2008.08.23